9월 18일 내 양력 생일이다. 생일은 서프라이즈 해야 하는데 아내는 미역국 재료 사러 마트에 가자고 한다. 고민 없이 함께 길을 나선다. 마트를 두리번거리는 아내의 모습은 아이가 장난감 가게에서 신난 아이의 모습과 비슷하다 마트에서는 나는 아내의 뒷모습만 보게 된다. 앞서 가는 아내의 뒤에서 카트를 끌고 아무 말하지 않고 졸졸 따라다닌다. 가끔 "이게 나아? 어떤 게 좋아?" 물어보면 의례적인 대답으로 "어보가 마음에 드는 걸로 사" 그거면 충분하다 몇 번의 경험으로 아내가 나한테 선택권을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제품 선택 앞에서 내 의견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역국에 전복을 넣어주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고기 넣어주까요?" "어!어!어!" 다급하게 긍정의 표현을 해본다. 아내가 선뜻 내 의견을 받아들여준다. '생일 선물인가?'
잠깐의 마트 데이트, 감사한 순간에 흠뻑 젖어 들어본다.
혼자 일 때는 아무 물건이나 샀지만 이제는 물건을 골라 주는 꼼꼼한 아내가 있다. 이리저리 고르고 살펴보고 비교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선택에 실패가 없다. 그런 뒷모습을 보는 나의 마음은 따뜻하다. 먹고 싶은 빵 코너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어김없이 오늘도 본다. 빵 먹으면 살찐다나,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된다나, 다른 음식들 앞에서는 하지 않는 말들을 빵코너 앞에서는 누구랑 이야기하는지 그렇게 혼잣말은 한다. 이번에도 '이거 할까? 이거 할까? 물음에 "둘 다 사도 될 거 같은데?" 이야기해 준다 이것도 여러 경험을 통해서 아내를 가장 만족시킬 수 있는 모범 답안이다.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생각하는 T마스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십이 넘어서도 태권도를 하고 싶다 (1) | 2023.09.18 |
---|---|
허접함을 버텨라 (2) | 2023.09.17 |
내면의 즐거움, 책읽기와 글쓰기 (0) | 2023.09.16 |
마흔이 되어보니, 마음이 중요하지 (0) | 2023.09.15 |
인생의 기본값 (0) | 2023.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