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타 지역에 계신 50대 초반 관장님이 갑자기 전화 오셨다. 이른 아침이라 전화를 안 받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아내에게도 전화가 와서 일반적인 일은 아니겠구나 하며 전화를 바꿔 받았다. 일단 나이 많은 관장님의 정중한 목소리가 한 시간가량의 통화로 이어지게 하였다. 관장님의 고민은 이러했다. 동네의 상권은 너무 좋다 코로나전에 200명 제자들이 있었지만 코로나를 거치고 주변에 젊은 부부관장 태권도장의 경쟁이 생기면서 자기를 기준으로 양쪽에 200명 300명씩 제자들을 모집한 것, 본인은 100명 정도 유지하지만 전에 없었던 위기감을 느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인스타를 통해 보다 연락을 주셨다. 통화를 하면서 관장님의 인스타를 보니 이미 예전에 팔로우가 되어 있었다. 무(武)는 아직까지 열심히 수련하고 계시고 그 멋진 신체에 담겨있는 정신이 어떨지 상상이 되었다. 너무 멋있는 관장님 나도 저렇게 도복 입고 땀 흘리며 태권도인의 삶을 살아야겠다 마음 한쪽에는 늘 가지는 마음이다. 그러나 도장이 잘되는 것은 관장님이 얼마나 운동으로 땀을 흘리냐는 다른 일이기 때문에 '제발 내 말 한번만 듣고 그대로 해보세요' 마음으로 몇 가지 말씀을 드렸다. 요즘 소비 트렌드, 마케팅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 아이들을 대하는 요즘 젊은 관장님들의 생각, 유치부 모집 핵심 내가 정답은 아니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이었지만, 말을 하면서도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변하실 수 있을까? 그냥 내자랑 늘어놓는 게 아닌가?' 며칠을 고민하고 전화하신 관장님의 마음에 한 시간 정도의 통화는 괜찮아 보였다. 이런 게 문文이지 않을까 '하늘천 땅지'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읽는 것 CEO가 갖추어야 한다. 도장에 10명 정도의 구성원이 도장에서 나오는 수입을 통해서 산다. 관장님 가족, 사범님 가족, 기사님 가족, 실장님 가족, 태권도장이 잘 되어야 월급도 오를 것이다. 경영자는 문과 무를 겸비해야 한다.
통화가 끝난 후에 지도를 통해서 관장님의 동네를 검색해 보았다. 내가 사는 동네보다 작지만 태권도장을 하기에는 참 좋은 곳이었다 아이들도 많고 초등학교 인원도 3배 가까이 많았다. 잠깐 박탈감이 생겼지만 나는 내 생활에 만족한다😊
나이 오십정도 되면 도장 하는 선배들의 대부분은 도장업을 마무리하고 다른 업을 선택한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한자리에서 20~30년 정도 하다 보면 동네가 노후되어 아이들이 줄어들고 제자들이 없어서, 상권은 좋으나 젊은 관장님과 경쟁하려니 따라가기 힘든 경우, 마지막으로 스스로 권태를 경험하고 이 일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인 듯하다. 사실 오래 하다보면 의미가 퇴색되기 마련일 것이다.
나는 아직 10년이나 남았다. 그 때가 되었을 때 어떻게 심신의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상상력을 동원해 그때를 상상해 본다. 내 몸이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까, 무릎이나 발목 등 부상이 있으면 어떡하지? 다쳐야만이 부상이 아니라 연골이 닳아 갑자기 만성 통증으로 원하는 동작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말로 떠드는 지도자가 되면 어떡하지? 희망적인 생각도 많으나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들도 많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어디서 온 건지 보니, 선배들로부터 왔다. 무릎을 다쳐 도장을 후배에게 물려준, 관원이 없어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잘 되지 않거나, 개인관리를 못해 신망을 잃고 기세가 꺾임, 시작은 다들 비슷하지만 마흔에서 오십 사이에 이런 일들로 인해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본다. 반대로 잘되는 선배들을 보면 글을 쓴다. 도복을 입고 필드에서 계속 교육을 하고 가르친다.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한다. 책을 많이보고 도장 아이들 뿐 아니라 밖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태권도, 태권도교육, 태권도장 경영, 그런 분들은 외모도 젊어 보인다. 나이를 들으면 깜짝 놀란다. 그런 관장님들을 보며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사실 더 큰 목표를 가지고 더 멋지게 살고 싶지만, 내 무의식에서 오는 끊임없는 욕심이란 걸 안다.
4품을 따려면 8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실력이 좋던 안 좋던 이 제자는 후배들에게 존중과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 열심히 수련한 결과로 멋진 발차기와 겨루기 실력을 가질 수는 있지만, 태권도장에 오는 마음가짐을 이야기한다. 8년이란 기간에 몸과 마음, 그리고 부모님과 본인에게 주어지는 다양하게 변화는 환경 속에서 태권도장은 변화 없이 몸이 아파도 권태기가 와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이와 마찬가지로 50살이 훌쩍 넘어 계속 도복을 입고 필드에서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관장님들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하다 생각한다. 제자들에 대한 마음과 태권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깔려 있지 않으면 어렵다. 30년 가까이 제자들을 가르치다 보면 많은 제자들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마음이 '너덜너덜' 해진다.
이제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 하지 않는다면 선배들처럼 이제 내 정년은 10년이 남은 것이고 반대라면 내 정년은 20년이 늘어 70살이 될 것이다. 무는 50살까지다 문은 50살부터다 무에 문을 입히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50살 이후의 태권도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스승님(최재서관장님), 강신철관장님, 손성도박사님,이준구사범님, 정순기관장님, 이준혁관장님, 이규형대사범님, 이규현사범님, 설성란대모님 아래 빈칸에 100명을 채워 넣어야겠다. 나의 멘토들을 모아보자 ( 90명 더 : 혹시 전국에 50은 존경받는 사범님이 있다면 댓글로 부탁합니다 ) 도복 입고 70살까지!
제자들이 나이가 들어 대학을 졸업하고, 도장을 운영하면서 선배로서 스승으로서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 같은 것이 아닌 실제로 도움 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태권도장에는 태권도가 있어야 하고 정도를 걸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니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에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스승은 존재만으로도 삶의 큰 버팀목이다' 코로나로 많은 변화들이 생기면서 태권도장에도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줄었다는 것을 피부로 와닿을 만큼 가까이 온 위기이고, 태권도장을 선택하는 방법에도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여전히 구전은 중요하고 입지는 중요하지만, 마케팅과 본질이 더욱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 변화의 거대한 배에 함께 타지 못하면, 적의 포격에 의해 결국 죽거나 포로로 잡혀 생을 마감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큰 적앞에 아무런 무기 없이 서있다. 무기를 만들자.
나는 오십이 넘어도 태권도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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